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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케치

여보!! 내 얘기를 들어 볼래요

by 오향란 201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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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요 ♥

 

 

남편의 환갑을 맞아 두딸 내외의 정성을 듬북 받고, 담소를 나누는 단란한 시간...

 

 

여보!! 우리의 싱싱한 때가 그리 오래전이 아닌 것 같은데 어느덧 당신이 환갑이라니 세월이 빠르긴 하네요. 여보!! 사람들은 환갑은 한창이라고 낙락한 말을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월이 좋아졌기 때문에 환갑은 스치듯 지나도 괜찮다는 생각인지요. 나는 고타분해서 그런지 산전수전의 육십갑자(六十甲子)를 채우고 맞는 환갑은 더 없는 사랑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여보!! 중년의 나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일까요. 젊은층에 끼지도 못하고, 노년층에 들어설 수도 없고, 섭섭다는 말도 하기 힘든 그런 나이가 환갑의 나이 맞나요. 여보!!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환갑의 나이가 결코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말은 아니예요. 하지만 내 당신께 환갑이란 말은 쓰지 않을래요. 왠지 조금은 슬퍼지니까 말이에요. 여보!! 내 얘기 좀 들어 볼래요. 당신과 나 건강하게 해로해서 아름다운 회혼식을 하기로 해요. 우리끼리 즐기는 잔치 말고요.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그런 거 말이예요. 그래봐야 당신의 나이 여든 좀 넘을 뿐인데 좋은 세상에 그 만큼은 살아야지요. 여보!! 우리 함께 하느님께 기도해요. 죽어서 아닌 생에서 그렇게 행할 수 있기를요... 

 

여보!! 내가 당신께 오늘은 후한 점수를 주려고 해요. 100점 만점에 85점이요. 이 점수 괜찮지 않나요. 원래에 내가 당신께 주려던 점수는 70점이었거든요. 그런데 15점이 올라간 것은 순전히 내가 기여한 점수예요. 당신의 마음에 내가 가끔씩은 상처를 내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거든요. 여보!! 당신은 참 성실하고, 참 좋은 사람이예요. 가끔은 내 가슴 한편을 쓸쓸하게 하는 특기를 가지고 있지만요. 여보!! 그런데 그거 아세요. 당신의 점수를 깍아 내리는 그 몹쓸 특기의 공로까지 애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요. 그 또한 우리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내 삶의 그릇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여보!! 당신과 나 육십갑자를 살도록 큰 반전을 가하지 못했지만 늘 최선을 찾아다닌 수고로웠던 우리의 인생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 어떨까요. 여보!! 내가 당신 사랑하는 거 잘 알지요. 우리 육십갑자의 세월이 가르쳐 준 교훈을 거스르지 말고 살아요. 따스한 가슴으로 서로의 결점을 보충하면서 무정한 세월을 섭섭다 말고, 무상한 세월이라 탓하지도 말고, 사랑하며 씩씩하게 살아요. 여보!! 우리 그렇게 그렇게 세상 끝 날까지 멋지게 살아요... 

 

201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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