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소요산 자재암(사찰) 앞에서 엘리사벳 형님과
차창 밖으로 펼쳐진 황금색 들녁 풍경이 넉넉함으로 다가와 내 것인 양 흐믓하게 한다. 이른봄부터 씨앗을 뿌리고 가꾼 일년 농사를 새들이 쪼을까봐 그물을 치고 허수아비를 세워놓은 논밭의 풍경이 내 고향같이 느껴지고, 논두렁 콩밭 사이를 서성이는 노인의 모습에서 내 아버지 어머니를 본다. 그리고 그곳 어딘가에 추억이 있는 것처럼 상상의 날개를 달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며 미지의 고향으로 한참을 달려갔다. 그렇게 사색에 잠기여 등산의 목적을 잠시 잊고 있는 동안 버스는 산행지인 동두천 소요산에 도착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소요산은 파란잎 붉은잎 사이로 알록달록 등산객들의 옷차림이 한폭의 그림을 만들고 곱게 물든 단풍이 어서 올라오라고 손짖을 한다.
성당(매교동) 대건산악회 일원으로 동두천에 소요산을 등산하고 왔다. 산다는 것은 만남과 혜여짐의 연속이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의 만남앞에 순수한 마음을 지킬 것을 다짐하며 처음보는 교우들을 따라 산행을 하였다. 만남은 쉬워도 고운 만남을 유지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만남마다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색깔을 스스로 잘 유지하여 만남이 이어질 때 고운 인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등산길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묵주기도(고통의 신비)를 받쳤다. 그리고 소망을 빌었다. "하느님 아버지! 주님안에서의 오늘의 고운 만남을 아름다움으로 간직할 수 있게 해주시옵고 제가 인생을 고하는 그날까지 성숙함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아멘"
산행일 2008 10.13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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