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차른계곡 - 억겁을 두른 기암괴석이 나를 보며 웃으라 한다 [카자흐스탄 여행]
생활권을 벗어난 길은 가도가도 사막이다. 차창으로 유용한 식물 보기가 어렵다.
차른계곡은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서 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 알마티에서 차른계곡의 이 지점까지 오는 데, 차로 3시간 이상 소요되지 않았나 싶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거대한 협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차른 계곡의 형성 시기는 약 2백만 년 전인 데, 지각 변동에 의해 거대한 호수가 빠져나가면서 계곡이 만들어졌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지진과 풍화 작용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붉은빛 차른계곡의 총 길이는 약 154km에 달하며, 전체 면적은 약 130,000ha에 이른다.
2004년에는 협곡의 지질학적, 생태학적 보호를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30,000ha = 1.300㎢
130,000ha = 393,250,000평
중간중간 쉬어가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데, 지붕이 없어 볕이 줄어드는 계절에나 이용 가능할 것 같다.
침식과 풍화작용이 남긴 계곡의 산물을 감상하며 길게 펼쳐진 황톳길 한가운데를 걷는다.
양옆에 늘어선 기암괴석의 호의를 받으며 씩씩하게 걷는다. 하지만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는 어렵다.
메마른 계곡을 지키는 용맹스런 기암괴석!
긴 세월의 주름을 켜켜이 쌓으며 저마다의 자태를 드러내는 자연의 위대함은 본다.
cf 광고? 드라마? 땡볕에서 촬영이 한창이다. 스태프가 많아 보인다.
어쩜, 내가 영화의 한 장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억겁을 두른 기암괴석이 나를 보며 웃으라 한다.
날씨가 덥다고 내 마음이 언짢아 하면 내 얼굴도 따라서 언짢은 표정을 짓겠지.
땡볕을 얼마나 걸었을까
끝이 없을 것 같던 골짜기가 강가로 안내한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와아~
시원한 차른 강물을 마주하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강폭이 작지만 풍광은 웅장하다.
강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얼음을 풀어놓은 듯 하다.
흘러내리던 땀방울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강물 속에 담근 발은 채 30초를 못 버티고 잠수했다 올렸다를 반복한다.
잠시간의 휴식시간을 갖고, 지프를 타고 출발지점으로 되돌아 나간다.
숙소(호텔)가 있는 상당한 거리의 알마티로 돌아갈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알마티 근교로 들어서니 삭막한 대지가 초록빛을 띈다.
인위적으로 심어 놓은 듯한 나무 숲들이 보이고 들녘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비교적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로 향한다. 정신을 바싹 들게 한 여행의 첫 행보 6월 5일이 지나간다. 통상 혼자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 데, 이윽고 세월의 무게란 걸 느낀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보기 좋은 모습도 아니지 않는가, 함께 여행하는 이들로 하여금 좋지 않은 인상 받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한다.
2024.06.05.
'카자흐스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자흐스탄 톈산산맥 3,200m 고지를 밟다 '메데이 빙상경기장' '침블락 스키장' (0) | 2024.06.25 |
---|---|
알마티 질뇨늬 바자르 (Zelyony Bazaar) / 그 나라를 알려면 전통시장을 가라 (0) | 2024.06.23 |
판필로프 공원 & 러시아 정교 젠코바 성당 & 승전 기념비 [알마티 역사지구] (0) | 2024.06.21 |
알마티 이식국립역사문화박물관 [카자흐스탄 여행 1일차] (0) | 2024.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