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5월 8일 어버이날은 원래에 어머니날로 휴일이었는데 어버이날로 어원이 바뀌면서 휴일은 없어지고 존재감으로 남은 어버이날이 되었다.
큰사위가 회사일로 시간이 여의치 않았나 보다. 점심시간에 달려와서 점심을 사주고는 '약소해요' 하며 두둑한 힌봉투를 내민다. 고기를 상추에 쌓아 내 입에 넣어주는 큰사위!! 그 자상함이 두둑한 봉투와 더해져서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그러나 그 풍성함 안에 무엇을 잃은 듯한 허전함이 숨어 있다. 이유는 외손자 은우가 유치원에 가느냐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딸하면 외손자 생각부터 나는데 엄마하고 떨어져 유치원에 다니는 것이 대견스럽다. 우리 은우는 유치원에서 무얼 배울까... 한동안 보지 못한 손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린이날 손자에게 해준 것이 없어 오면은 지그시 안아주려고 했는데...
저녁시간에는 작은딸 내외가 외손녀를 데리고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작은사위는 외식을 할 때면 '아버지 어머니 무엇이 드시고 싶으세요' 하고 항상 물어온다. 그래서 내가 먹고 싶기도 하고 치아가 안좋아 고생하는 남편에게도 부드러운 장어가 좋을 것 같아서 장어요리가 좋겠다고 했더니 작은사위는 두말없이 언제나처럼 OK다. 작은딸에게서도 두둑한 봉투를 받았다. 큰딸이 가지고 온 과일에, 작은딸이 가지고 온 굴비에, 배로 두툼해진 돈봉투에... 아! 부자 되는거 쉬운 것 같다. 한달에 한번씩 이런 일이 생긴 다면... ^^*
샛별(강아지)이를 데리고 와서 자고 가려나 했더니 가야 한단다. 그래서 남편이 서둘러서 샛별이 손발톱을 깍아주고 목욕을 시켜 주었다. 시간이 왜 그렇게 빠른지 금방 밤이 깊어지고... 간다 소리를 못하고 있는 작은딸 내외에게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어서 일어나 가라고 재촉을 해서 보냈다.
부모의 입장에서 어버이날을 말하려니 그렇긴 하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핵가족 시대에 부모에게 일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좀더 관심을 가져보자는 날로 그 필요성에 긍정이 가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무엇을 금방 깨달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어버이날의 형식에 맞춰 안부전화나 만남도 괜찮다. '어버이날은 왜, 있는거야' 하면서 귀찮은 날로 여기는 자식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어쨌든 나이든 부모를 한번쯤은 다시 생각하는 그런 날이라는 것에 족하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들에게 감사한다. 예의이든 도리이든 내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자식들로 인해 삶에 즐거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감사할 일이 어디 그 뿐이겠는가, 지금은 비록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사랑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속을 태우게 하고 잘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용서도 구하고, 착실한 사위들과 귀엽고 예쁜 손자들까지 얻어 어엿하게 잘사고 있다고 자랑도 하고, 다음 주에는 시간을 내어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꽃을 사들고 부모님 산소에 다녀와야겠다.
200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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