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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케치

아픔이 쌍곡선을 그린다

by 오향란 2010.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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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소중함을 모르던 젊은 날에는 아끼지 않아도 두려움이 없는 신체였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비틀거리는 현상이 생기고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하는 두려움에 언제부턴가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만 그 좋다는 건강식품을 만들어 보려다가 발을 접질리며 넘어져 정신을 잃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희미하게 들리는 전화소리에 눈을 뜨니 향기(강아지)가 내 얼굴을 핥고 있다. 몸은 돌에 깔린 듯 무거웁고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다. 전화는 끊어지고 희뿌여한 머리 속은 누구의 전화였을까, 이렇게 죽을 수도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들이 수선을 떤다. 다시 핸드폰이 "시티 오브 째즈"를 부르며 정신을 차리라고 한다. 이를 악물고 마룻바닥을 쓸며 기어가 전화를 받았다. 브라질에서 걸려온 남편의 목소리다. "40분 전에 마나우스 공항에 도착해서 전화했었어 지금은 호텔이야" 한다. 형용할 수 없는 설음이 복받쳐서 '여보 사랑해' 그 말만 반복하다가 '향기가 당신을 많이 기다리는 것 같아 늘 현관 앞에만 앉아 있네' 하고는 강아지 귀에 전화기를 대주었다.

 

내 눈물은 샘을 파고 아픔은 쌍곡선을 그린다. 하나의 곡선은 내 신체의 아픔이요. 또 하나의 곡선은 바보천사 남편으로 인해 부덕의 소치를 가진 내 아픈 마음이다. 내가 원한 삶이란 도대체 어떠한 것이기에 남편의 사랑을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왜 난 남편이 곁에 없을 때만 남편이 사랑이었음을 느끼는 것일까. 가장 가까이에 있어 그 중함을 몰랐던 남편의 사랑을 내 육신의 아픔을 통해 비로서 깨닫는 것 같다. 남편의 마디마디가 녹아서 내 마디마디를 채워주고 있었다는 것을...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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