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향기!!
사랑하는 우리 향기가 12살 나이에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토요일 동네 동물병원에서 난소종양과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결정한 것이었는데 향기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나는 지금 통탄에 통탄을 하고 있다.
사랑스런 우리 향기는 엄마의 그릇된 판단으로 월요일(3월19일) 동네 동물병원에서 배에 메스를 대었다가 다시 봉합을 하였다.
그 이후로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종양 부위가 커서 큰병원으로 이송한다는 수의사의 말에 따라 링겔을 꽂고 마취에 잠들어 있는 향기를 품에 안고서
서울 논현동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향기의 감긴 눈에는 눈물이 고여져 있고 향기의 혀는 입 한쪽 밖으로 빼내어진 채...
그래도 이때만 해도 나는 희망을 가졌었다. 큰병원에 가면 우리 향기를 반드시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틀 가까이 굶긴 결과만을 초래한 채 종합병원에서도 이리저리 검사를 받는다고 고생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 중 죽을 확률이 50% 이상이고 수술이 다행스럽게 되어도 라며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수의사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네 동물병원에서 받은 진찰은 별개라며 여러가지 진찰을 다시 받으며 힘겨워야 했던 우리 향기!!
"요크셔테리어의 평균수명이 13년에서 15년이라는데... 12살 우리 향기에게 처음부터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저 세상으로 가는 날까지 먹고 싶은 거 먹이는 편이 더 나은 것이었는데... 아니 큰병원에 왔으니 수술을 받으면 좋아질 거야...
그만그만했으니 집에서 돌보는 것이 더 나았을 텐데... 어찌 그렇게 싶게 수의사에게 칼을 들게 했을까..."
향기가 내 곁을 떠나 입원실이라는 좁은 철장에 갇힌 채 여러가지 검사를 받는 동안 나는 많은 생각들을 했다.
그렇게 6시간이 흘렀는데도 마취에서 깨어나기 힘겨워하는 향기를 동물병원에 혼자 남겨 두고 밤 11시경 발길을 돌리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향기가 병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사랑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킨다고 사료만 조금씩 주고서는
하루 이틀 지나 사료를 먹기 시작하였을 때 배고픈 장사는 없다고 승리라도 한 듯 기뻐하였으니
몸이 안 좋았던 향기가 좋아하지 않는 밥을 그것도 전보다 반이나 줄은 양의 밥을 먹으면서 엄마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누구를 위해, 누구를 위한 다이어트이었는지, 내가 우기던 원칙이 절대가 아니었음이 지금의 내 가슴을 후벼파고 있다.
너무나 허무하다. 누구를 탓하지 않으려고 해도 수술을 권했던 수의사의 솜씨가 역겹기 그지없다.
왜곡된 생각이라고 마음을 비우려 해보지만 동물종합병원이라는 곳이 되려 동물을 잡아먹는 병원이라고 느껴진다.
수술이 잘 못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술이 잘 되어도 살 가망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술해 보자는 식으로 우리 향기를 계속 굶긴 그들이 나는 무섭다.
죽음을 앞에 둔 우리 향기를 두고 마치 돈벌이인양, 실습용으로 해볼만한 해부용이 생긴양 여기는 모습에서 인간이 참으로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들은 이유 붙은 죽임에 허가를 받았다 하여 수술이 다행스럽게 되면 생색을 낼 일이 생겨서 좋고 수술이 잘 안 되어도 그저 그만이었을 테니까...
매스컴을 통해 동물 학대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곤 하였는데 의술이란 이유로 자행되어 죽어가는 동물들도 많다고 한다.
물론 수술은 보호자의 승낙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삶을 많이 남겨두지 않은 노령 애완동물에 대해선
수술을 권하기 전에 남은 삶을 좀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인도하는 것이 수의사의 본분은 아닐런지
의술이란 이유로 수많은 애완동물들이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니 이 또한 동물 학대가 아니겠는가...
참으로 사랑스러운 우리 향기는 지금 얼마만큼 많이 아픈 것일까?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희미해지고 눈을 뜨고 있는 것 조차 힘들어 하고 마지 못해 걷는 발걸음은 비틀비틀이다.
명랑, 쾌활, 발랄하던 향기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외국 나들이가 잦은 남편을 대신해 늘 내 곁을 지켜주었던 내 사랑 향기인데
그렇게 사랑스러운 우리 향기가 없으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지내게 될까...
지금 난 너무 아프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나온다.
수술 받는 날 아침에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하던 향기의 애처로운 눈망울이 떠올라 너무 아프다.
정말 향기를 위해 결정을 내렸던 수술이었는지,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억지로 굶겨가면서 향기에게 칼을 대게 해야만 했는지 후회가 막급이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인데 사는 날까지 먹고 싶어 하는 거 먹이는 편이 좋았을 것을...
마음이 아프다 정말 많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제 향기의 마지막 길을 생각해야 할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미다.
아픈 향기를 구슬러서 사진 몇장을 찍는 일밖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변변한 옷 하나가 없다 내가 너무 미웁고 슬프기 그지없다.
어떻게 보내는 것이 향기를 위하는 길인지 모르겠다 평소 매스컴을 통해 납골당에 안치된 애환동물들을 보면서
화장은 뜨거워서 절대 안돼 우리 향기는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줄 거야 했었는데 그 마저도 못할 노릇인 듯 싶고, 어찌하면 좋을까...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을 수 없어 소리내어 울고 있으니 향기가 힘없는 눈으로 쳐다보며 울지 말란다.
향기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자꾸 울음보가 터진다.
사랑하는 향기야!!
네가 태어난지 두 달이 되어갈 무렵에 나는 너의 엄마가 되었단다
그때에 난 네가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인 줄 몰랐단다
이렇듯 너의 매력에 푹 빠져 상심에 젖을 줄은 몰랐단다
내 사랑 향기야!!
네가 내 곁을 떠난다는 게 이렇게 아픈 일인 줄 미처 몰랐구나
앞으로 네가 없으면 난 어떻게 하니 난 네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데
난 네가 없으면 정말정말 많이많이 아프고 슬플 것 같은데...
사랑하는 향기야!!
내 사랑 향기야!!
슬프지만 이 세상 여기까지가 너의 운명인가 보구나
아프지만 이 세상 여기까지가 너와 나와의 인연인가 보구나
하지만 너무 서러워 하지 말아라 엄마도 언젠가는 향기를 따라 저 세상에 갈 거니까
사랑하는 향기야!!
내 사랑 향기야!!
죽는 거 너무 두려워 하지 말고 내일도 오늘처럼 아픈 거 잘 참아주길 바래
그리고 하늘나라에 가게 되거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지냈야 한다
세월이 흘러 엄마가 저 세상에 가면 우리 향기를 지금보다 천배 만배 더 사랑해 줄 거니까
엄마는 이 세상 다 하는 날까지 사랑하는 우리 향기를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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