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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부산&대구

월영교 호변, 원이 엄마 테마길

by 오향란 202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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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여 년 전의 실존 인물인 원이 엄마를 기리는 테마길이 호반 데크로드를 수 놓고 있다. 원이 엄마의 한글 편지를 모르면 몰라도 알고는 가슴 저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원이 엄마의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이 가슴을 짠하게 울린다.

 

상사병이 펜스에서 사랑 타령하다 사랑앓이를 하는 건 아닌 지, 사랑병((love bottle), 상사병, 마음은 먹기에 달렸다고 하니까, 결론은 이 상사병은 서로의 사랑을 담는 사랑병이라고 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실연 당했을 때의 상사병은 분명 아니다. 사랑을 꼭 잡아 두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민속박물관으로 가서 사랑병을 구입하면 된다.

 

원이 엄마 한글 편지 카피본 / 워늬 아바님께 상백-- 병술 뉴월 초하룬날 지비서(원문)

1948년 4월, 안동시 정상동 일대의 주택단지 조성을 위해 무연고 묘지를 이장하던 중에, 관 속에서 미라가 발견되었다. 미라는 거의 완전한 상태였으며, 그 주인공은 칠성 이씨(고성 이씨의 예 이름) 이응태(1556~1586)로 밝혀졌다. 미라 이응태 가슴 위에는 그의 아내인 원이 엄마의 한글 편지가 놓여 있었고, 미라 머리맡에 미투리가 놓여 있었다.

묘지 안에서는 아들 원이가 입던 옷(저고리)과 원이 엄마의 치마 등이 발견되었고, 형(이몽태)이 아우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시와 만시(輓詩)를 적은 부채, 부친과 주고 받은 여러 통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부장물로 의복 40여 벌을 포함한 수십 개가 출토되었으며, 이 유물들은 현재 안동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실물)

남편의 병이 쾌유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은 미투리, 하지만 남편 이응태는 끝내 그 신을 신어보지 못하고, 31살의 젊은 나이에 어린 아들과 임신한 아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원이 엄마 한글 편지(원본)

1586년 6월 1일 남편의 장례를 앞두고 아내는 붓을 들어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슬픔을 한지 위에 적어 내려간다. 지면이 모자르자 종이를 돌려 모서리 여백에 다시 글을 써 내려간다 결국 쓸 수 있는 여백이 없어지고,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로 끝을 맺는다.

뱃 속에 아이와 어린 아들을 남기고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야 하는 젊은 원이 엄마는 구구절절 얼마나 아팠을까, 그 옛날 원이 엄마의 애절한 편지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음이다.

 

"함께 누우면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 같이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항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당신은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향한 마음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원이 엄마 편지 - 현대어로 풀어 쓴 번역본

현대어로 풀어 쓴 편지 전문에서는 아내인 원이 엄마가 남편을 당신이라 부르지만, 원문에서는 현 사회에서 아랫사람에게 쓰는 자네라는 호칭을 남편에게 대놓고 쓴단다. 즉, 자네는 여보, 당신을 지칭한 말로, 당시(임진왜란 전)에는 남편과 아내 사이가 서로를 자내(자네)라고 부르는 대등한 관계였던 것이다.

그 옛날 원이 엄마의 애절하고 숭고한 한글 편지는 조선판 '사랑과 영원'으로도 소개된 적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다큐멘터리저널 네셔널지오그래픽 & 고고학 잡지 엔티쿼티 와 아케올로지 & 중국의 국영 텔레비전 CCTV-4 등을 통해서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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