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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케치

갑절로 행복한 날이 있다

by 오향란 200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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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향기(강아지)가 모처럼의 나들이에 꽤 신이 났다.

꼬리를 연신 살랑살랑 흔들어 대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사뿟하게 앞질러 가서는 어서 오라고 기다린다.

 

 날마다 다를 것 없는 일상속에도 어느날은 갑절로 행복한 날이 있다. 그럴 때마다 주어진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 작은 것이라도 글을 남기곤 한다. 어제와 그제인 세째 주말도 내게 있어 행복을 말할 수 있는 날이다. 큰사위가 와서 외식을 시켜주고,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였으나 영화 보기는 거절을 하고 나는 손자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웃음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행복이란 낱말을 꼭 집어서 무어라 표현할 수는 없으나 함께 한다는 것이 그냥 즐겁고 행복인 것 같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자식들인데도 헤여지는 순간이면 여지없이 그리움이 생겨난다. 집에는 잘 가고 있을까, 지금은 무얼하고 있을까... 그런 그리움이란 놈은 이미 여러차례 내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그러니 이제는 그리움에게서 무디어질 만도 한 마음인데 참으로 이상하리만큼 그 그리움이란 놈은 지치지 않고 날이 갈수록 내 마음에 더 깊게 파고든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동지이다. 큰사위가 돌아가고 오후에 향기(강아지)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광교산을 찾았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상쾌한 산공기가 심신을 산뜻하게 한다. 뉴스 보기가 겁날 정도로 세상은 어지러운데, 아랑곳하지 않고 충실히 제갈길만 가는 계절이 부럽기도 하고 야속하단 생각이 들어 마른나무에게 생뚱맞은 말을 걸어 보았다. '나무야! 네가 벗어놓은 낙엽을 보면서 너는 무슨 생각을 하니'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단련을 하는거라고... 아! 그렇지 너에게도 기다릴 내년이 있지, 그래 우리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 몇일후면 예수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다. 그리고 곧 새해가 시작된다. 한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민감한 나이인데도 새해라는 단어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새해라고 해서 별다를 것이 없겠지만은 그래도 혹시나 새해에는 신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라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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