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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케치

무심한 세월 앞에 또 생일을 맞았습니다 / 수원 가보정

by 오향란 202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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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가보정

수원에서 손꼽는 소갈비 전문점입니다.

 

 

 언제부턴가 내 생일에 대한 개념이 없어졌네요. 자꾸 더해가는 나이에 굳이 몇 번째를 붙혀야 한다는 게 거북하기 때문이겠죠. 어쨌든 육십 하고도 몇 숫자를 더해야 하는 생일을 맞아서 남편과 단둘이 소 생갈비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음식점의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외손주들의 생일 축하 노래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예쁜 딸의 심심한 성의가 고마운 또 한 번의 생일이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초첨을 잃은 듯한 인적 드문 밤거리를 남편과 함께 거닐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걸어보는 밤길, 섣달 중순 둥근 달이 저 높이 떠서 아늑한 별들을 도닥입니다. 새벽이 오면 해가 볕을 데리고 와서 언 몸을 녹여줄 거라고 시린 추위를 애써 감추는 것 같습니다. 겨울 한가운데 고즈넉이 떠 있는 달을 보면서 한줄기 빛이 보배롭다는 것을 느낌니다. 인생은 저마다의 빛의 크기가 다르고 그 그릇에 맞춰 걸어가는 것이 본연의 삶이겠지요. 천사표 딸이 오지 말라는 엄마의 뜻에 따름니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함께 하지 못하게 돼서 죄송해요" 코로나19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게 어디 한두 가지인가요, 내 시선이 머문 곳에 한 떨기 겨울장미처럼 살며시 정성지어준 마음씨에 눈물이 찔끔, 딸의 순종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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