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김장 담그는 날 (11월 20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 동안 김장을 했다. 19일은 배추를 담듬어 절이고 양념을 준비하고, 20일은 절인 배추를 씻어 소를 넣고 저장을 하고..., 나는 우리 지역 형님 네분과 함께 김장을 도우러 20일 아침 9시 30분에 수원가톨릭대학교로 향했다. 차창밖으로 올해들어 처음으로 보는 작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도로 양편으론 눈이 제법 하얗게 쌓여있다. 수원가톨릭대학교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벌써 와 김치를 담그고 있다. 3000포기 가까운 김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여러 성당에서 신자들이 자원해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실비가 내렸다, 눈발이 날렸다, 햇살이 비추다, 찬바람이 불었다. 정말 유난스런 날씨속에서 난생처음으로 남을 위해서 담은 김치가 깊은 겨울날 식탁에 올라 신학생들이 먹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을 뿌듯하게 한다. 김장은 추운날 담가야 더 맛있다고 한다. 틀림없이 김치가 맛있을거다. 춥기도 하였지만 김치속에 내 정성을 더 넣었으니까 ^^*
세상이 좋아져 김치를 안담가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 김치를 담지 않는 가정이 많다. 나 또한 그 부류에 속해 김치를 담지 않은지가 십여년은 된 것 같다. 그러던 내가 얼마전부터 우리의 먹거리가 세계 제일이라며 직접 담가 먹기 시작했다. 절약도 되고, 맛도 개운한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너무 많이 변하면 안되는데... ^^* 19일에는 우리집 김장을 하고, 이튼날인 20일은 김장 봉사자로서 남을 위해 김장을 하고 왔으니 개과천선이 따로없다. 노란 배추잎에 빨간 소를 싸서 한입 쏙 넣으니 입안이 알싸해 추위를 쫓아내고, 맛있는 점심에 따끈한 차와 떡도 먹고, 어머니를 따라 김장을 담던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나눔의 정을 일깨워준 훈훈한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 봉사자란 말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던 이날의 풍경들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진하게 느끼며, 가슴 한가득 기쁨을 담고 돌아온 아름다운 날이다.
200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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