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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케치

보고싶은 아버지 어머니

by 오향란 2006.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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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몇 년 동안 시골에 산 적이 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외가집에서 옆 동네에 집을 사 주셨고 얼마간의 논, 밭과 소를 주셨는데 그 마저도 농사일만 끝나면 아버지가 아프셔서 힘들고 했던 것 같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엄마는 지금으로 보면 공주과라 할수 있겠다.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는 엄마에게 다음에 커서 돈 벌면 예쁜 옷과 화장품을 사드린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지나고 보니 나에게는 순박하고 좋았던 시절로 그 집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마음 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다. 술래잡기, 공기놀이도 하고,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며 들꽃도 꺽고, 산딸기 따 먹고 땡벌한테 쏘여서 된장도 발라 보았던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그 곳이 꼭 고향같은 느낌이 든다. 

 

어머니가 장에 가셨을 때의 일이다. 논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께 참을 챙겨 드린다고 감자를 어떻게 삶았는지 나는 머리에 이고 동생에겐 물주전자를 들리우고 멀리도 있는 논둑길을 따라 아버지 갖다 드린다고 간다. 가는 길에 쉬어서 하나씩 먹고 아버지 한테 도착했을 때는 몇개 남지가 않아 무안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웃으시며 기특하다고 하시던 아버지를 못 뵌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불을 낸 적도 있다. 무서워서 깜깜하도록 집가리에 숨어 있다 아버지 어머니 따라 들어오면서 무척이나 무서웠는데 아무 말씀없이 씻기고 밥 먹이고 잠을 재우신다. 그리고는 잠든 줄 알고 애가 얼마나 놀랬을까 하시면서 걱정을 하신다. 그때 난 이불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 어머니께 좋은 딸이 되어야지 했었는데...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식으로 속을 썩이며 컸던 것 같다.

 

병 들고 힘드실 때 뭐라고 따듯한 말도 할 줄 몰랐던 못난 큰딸이 이제는 손자까지 둔 어엿한 할머니가 되어서 통곡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아시는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아버지 어머니가 너무나 그립다...

 

 200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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